뿌리를 뽑고
가지를 꺾고
껍질을 벗기고
몸통을 조각냈는데도
너는
말이 없다.

어떤 이는 슬피 울며 소리를 지르고
어떤 이는 분이 차서 소리를 지르고
어떤 이는 두려움에 소리를 지르는데도
막상 너는
말이 없다.

너의 쓰러진 자리에
네가 남긴 새싹 하나 묵묵히 움텄을 때에야
쉼 없이 들려주려던
너의 얘기가 들리더구나.

집 잃은 어미 새가
너를 그리워하는 것을 보고서야,
너의 새싹 곁에서
떠나지 못하는 어린 새들을 보고서야
쉼 없이 들려주려던
너의 얘기가 들리더구나.

너를 뽑은 사람들도
소리를 지르던 사람들도
모두 떠나 고요해진 이곳에
우리 몇 명만 이렇게 남아
너의 편지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