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베란다에 있는 전자레인지에 반찬 몇 개를 돌려놓고
부엌으로 와서는 가스레인지를 켜 국을 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베란다에 있는 밥솥에서 밥을 푸고 있을 즈음에
전자레인지가 반찬이 다 데워졌다며 삑삑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래, 괜찮아. 나 바로 네 옆에 있어. 조금만 기다려."
별 생각 없이 내뱉은 이 말...
요즘 내가 참 듣고 싶은 말이다.


2
하나님과 대화하는 일은 때로 피곤하다.
하나님의 음성을 직접 들었다는 사람들이 있다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귀에 들리지 않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
'불편한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경을 열심히 읽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이 내게 들려주는 말에 귀를 기울여보기도 하고
내 머리 속을 스치는 생각들 중에 혹시 하나님의 음성이 있지 않을까 하여
사소한 생각과 감정 하나하나에까지 예민해지기도 한다.
때로는 그렇게 깨달은 말씀에 힘과 위로를 얻게도 되고
삶의 올바른 방향을 결정하게도 되지만
때로는 잘못된 분별력 때문에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하나님께서 직접 음성을 들려주시는 것을 더디 하시는 이유에 대해
무척 궁금했던 적이 있고 지금도 궁금하기는 하다.


3
하나님께서 지금 내게 직접 음성으로 이렇게 말씀해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 괜찮아. 나 바로 네 옆에 있어. 조금만 기다려."

하지만 오늘은 그저 암송한 성경구절만 머릿속에 되뇌고 되뇌어본다.
직접 그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천국에서의 날들을 손꼽아 기다리며...

"두려워 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이사야 4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