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나의 발을 씻어준 물이 고마워
녹슨 수도꼭지를 틀고는
정성스레 물을 씻어주기 시작했다.

나는 물을 씻어줄 수 없는
흙투성이라는 것을 잊은 채
오늘도 물 곁에서 살아가고
오늘도 물 곁에서 괴로워한다.

나도 물만큼 나이가 들면
오늘 일을 생각하며 웃겠지.

흙을 머금은 물들이
아버지처럼 묵묵히
내 발 밑을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