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기를 만나면 무엇을 해야 하나?

 어릴 적 깊은 물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발은 땅에 전혀 닿지 않았고 사력을 다해 허우적거려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의식이 점점 사라져갈 무렵 누군가 나를 향해 손을 내뻗고 있는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는데 그 장면이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마지막 장면이다. 잊을 수 없는 기억.

 살다보면 물에 빠진 것처럼 내 힘으로는 벗어날 수 없는 상황들을 만나곤 한다. 요즘이 내게는 그런 시간들인 것 같다. 발을 뻗어 땅에 디뎌보려고도 하고 있는 힘껏 허우적거려도 봤는데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무엇부터 다시 시작해야할까를 고민하다 하던 일들을 잠시 내려놓고 조용한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주님과 조용하게 이야기 나누는 것이라는 머릿속의 이야기들을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급한 일들을 잠시 뒤로 미루고 삶을 돌아보면서 그동안 하나님께서 내 마음에 간직하게 해주신 말씀들에 대한 묵상을 글로 정리해볼까 한다. 서른 살의 내가 소명으로 여기고 있는 것들, 믿고 있는 약속들, 간직한 소망들을 글로 풀어가다 보면 내가 내딛어야할 다음 걸음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지 않을까? 물에 빠졌던 그 날 나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는 누군가를 봤던 따뜻한 기억과 같은 새로운 추억들이 이 글을 써가는 동안 하나 둘 쌓여가길 기도해본다.


나의 입이 기쁜 입술로 주를 찬송하되
내가 나의 침상에서 주를 기억하며
새벽에 주의 말씀을 작은 소리로 읊조릴 때에 하오리니
주는 나의 도움이 되셨음이라
내가 주의 날개 그늘에서 즐겁게 부르리이다.

다윗의 시, 유다 광야에 있을 때에 / 시편 63편 중



2012.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