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혹시 사랑을 만져본 적이 있나?
손이 닿기 전 느껴지는 가냘픈 숨
마치 기력이 다한 사람의 호흡처럼
내 손을 스쳤다 사라졌다 스쳤다 사라졌다...

누군가를 기다리다 식어버린 등불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무의 껍질
굳은살 박인 살점에 새겨진 아물지 않은 상처
이 사그라지는 것들의 마지막 체온을 만져본 적이 있나?


자네 혹시 사랑의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나?
땀에 젖은 옷에서 나는 매캐한 냄새
평생을 혼자 살아온 사람의 체취가
코끝을 스쳤다 사라졌다 스쳤다 사라졌다...

몇 년 전 할머니께서 손에 쥐어주신 쌈짓돈 냄새
감기 걸린 내게 입 맞추시던 어머니의 손 냄새
수술을 마치고 나온 아내에게서 나던 소독약 냄새
이 외로운 것들이 맞이하는 당찬 이별의 향기를 맡아본 적이 있나?


자네 혹시 사랑의 얼굴을 본 적이 있나?
오늘밤, 사랑이 보고 싶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