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연필과 메모장을 꺼내들었다.
잠이 완전히 깨기도 전에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껍질은 찢겨지고 버려진다. 몇몇 특별한...'
끄적끄적, 껌뻑껌뻑, 다시 끄적끄적...


2
껍질은 찢겨지고 버려진다.
몇몇 특별한 사람들이 껍질까지 함께 먹어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껍질들은 찢겨지고 버려진다.
평생 함께 지내던 알맹이를 기차에 태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철길 위로 떠나보내고 나면
아이를 잃은 어미처럼 먼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떨어진다.
"잘 가거라. 잘 가거라." 내뱉는 소리들은 늙은이의 소리여서
젊디젊은 기차의 힘찬 엔진의 속도를 오늘까지도 따라잡지 못했다.
하지만 그 늙은 소리는 어미의 소리여서 언젠가 멈출 젊은 기차를 따라잡고 말 것이다.
"내 아이야, 잘 가거라. 내 아이야, 잘 가거라."


3
요즘 탐독하는 책 중 하나가 도러시아 브랜디의 <작가 수업>이다.
여느 글쓰기 관련 서적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글쓰기를 조명해준다.
이성으로 재단되지 않은 무의식 속의 이야기들을 써보기 위해
잠에서 완전히 깨이기 전에 글을 써보라는 내용을 읽고는 오늘 아침을 벼르고 있었다.
정신이 맑아지고 다시 글을 읽어보니 느낌이 묘하다.


4
요즘은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상념에 자주 사로잡힌다.
이 세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님의 사랑과 가장 닮은 것이
부모님의 사랑이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고
나이가 들면서 내 부모님의 사랑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과 감정들이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처럼 나를 스쳤다 사라졌다 스쳤다 사라졌다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