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벌 한 마리가 귓속으로 들어왔다. 끔찍한 일이다.
편히 들이 마시던 숨을 멈추고 온 몸에 힘을 꽉 준 채 가만히 있었다.
'쏘지 마라. 쏘지 마라.'
한 시간이 흘렀다.
조심스럽게 눈을 떴는데 다행히도 이 녀석 내가 움직인 것을 알아채지 못한 듯 했다.
천천히 손을 움직여 귀 쪽으로 가져갔다. 새끼손가락을 펴서 이 녀석을 끄집어내려던 순간,
잠든 강아지처럼 쌔근쌔근하는 소리가 들린다. 잠이 든 게다.


2
온 몸에 긴장이 풀리면서 힘이 빠져 나갔다.
가만. 이 녀석은 왜 세상에 널리고 널린 향기로운 꽃들을 마다하고
냄새나는 내 귓구멍 속에 들어왔을까?
이 녀석 왜 포근한 지네 집을 놔두고
좁고 칙칙한 내 귓구멍 속을 꾸역꾸역 들어와 잠들었을까?
아, 집을 잃은 게로구나.
사람도 집을 잃으면 꽃향기를  맡지 못하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너를 혐오하며 거센 손짓으로 너를 부수려했겠느냐.
이 넓디넓은 세상에 너 하나 쉴 수 있는 구멍이 없어
하나님께서 내 귓속으로 너를 들이셨나보다.


3
사람의 삶이란 길 잃고 앞을 못 보는 이들에게 귓구멍 내어주고, 눈 내어주고,
손 내어주고, 발 내어주고, 옆구리 내어주는 것 아닌가.
어떤 이들은 그런 사람의 삶을 신기한 듯 바라보면서
참된 그리스도인이니 성인이니 불러대며 자기와는 무관한 일 취급하지만
그게 본디 그리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의 삶 아닌가.
누군가에게 하나님께서 주신 집이 되어 주는 것이,
너 하나 쉴 수 있는 집이 되어 살아가는 것이 웃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