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다'라는 말은
특정 성분들을 특정 비율로 함유하고 있는 물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어떤 이가 빨간 플라스틱 바가지에 바닷물을 떠온다고 해서
그것을 바다라고 불러줄 아량을 내게서 도무지 찾을 수 없는 까닭이다.

바다는 마땅히 넓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일까?
물론 하늘을 반으로 가르는 그 웅장한 수평선이 없는 바다를 바다라고 부를 수는 없다.
또 그 푸른빛을 빼고서야 어찌 바다를 얘기할 수 있을까?
또 바다는 커다란 물고기들을 품고 살아야 바다다.
그 비릿한 향기, 바다와 맞닿은 육지의 겸허한 정적,
그 위를 거장의 손길처럼 철썩거리는 파도의 여유, 그 소리...

어디 그것이 바다의 전부일까?
바다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그려 넣어 바다를 완성하는 일은 여간 고역스러운 일이 아니다.
바다는 애초에 사람의 손으로 그려낼 수 없는 거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바다 앞에서 그 바다가 만들어내는 바다의 바람을 마주하고 섰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바다를 바다라 부를 수 있다.
바다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창조의 위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2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마음은 그 거대한 바다를
한 그릇 물인 양 넉넉히 담아내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마음에 담긴 바다는 우리 안에 조용히 머물며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
빌딩들이 하늘을 가리고 검정색 소음과 거친 말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마음에 담겨 잠깐 눈을 감을 때마다 피곤한 내색 없이
우리 앞에 힘차게 펼쳐지곤 한다.

반가운 하늘 아래로 넓게 펼쳐진 바다.
바다는 마음속에서도 한 눈에 담겨지지 않는다.
'철썩, 철썩'
비릿한 향이 코에 닿을 때면 그곳을 함께 찾았던
우리 아버지의 뒷모습, 날 부르는 어머니 목소리, 해맑은 동생의 웃음소리.
감은 눈에서는 바다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진다.
우리 사는 이 좁은 세상에 한 방울, 두 방울.
그 거대한 것이 우리 같은 먼지에게 선물이 되고 위로가 되어 떨어진다.

바다는 오늘도 우리 마음에 담겨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우리가 사는 곳에 떨어진다.
소란스럽던 세상은 조용해지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슬퍼하는 누군가의 마음 속에서
'철썩, 철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