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명사)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괴로운 느낌.
괴로움: (명사) 몸이나 마음이 편하지 않고 고통스러운 상태, 또는 그런 느낌.
고통: (명사) 몸이나 마음의 괴로움과 아픔.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서 기인하는 상처를 우리는 아파하고,
나보다 힘이 세거나 높은 위치에 있는 타인이 휘두르는 폭력에는 괴로워하며
나에게서 비롯되는 육체적 정신적 불편한 느낌들을 고통스러워한다.
연인과 이별한 사람의 마음은 아프지만,
상사의 부당한 처사에 당면한 사람의 마음은 괴롭다.
마음이 아픈 사람은 그 아픔을 준 사람에게 보복할 의향이 없지만
마음이 괴로운 사람은 그 괴로움을 준 사람에게 보복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고통은 육체적인 병이나 자책감 혹은 자괴감과 같은 나의 것들에서 비롯되지만
종종 아픔과 괴로움이 자라난 형태이기도 하다.
연인에게서 받은 아픔은
내 마음속에 남겨져 있는 사랑에 의해 증폭되어 고통이 되고
타인에게서 받은 괴로움은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증오에 의해 증폭되어 고통이 된다.
이렇듯 고통은 나에게서 비롯된 감정이지만
그 시발점은 종종 내 주변 사람이나 내가 처한 환경이 되기도 한다.
한편, 고통의 실제 원인인 나를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로 인식할 때,
고통은 아픔이나 괴로움과 잘 구별되지 않는다.
내가 아닌 또 다른 나에 대한 인식이 호의적이면
고통은 아픔과 잘 구별되지 않고,
내가 아닌 또 다른 나에 대한 인식이 호의적이지 않으면
고통은 괴로움과 잘 구별되지 않는다.
취업을 앞둔 무능력한 청년의 고통은
자신에 대한 연민으로 아픔이 되지만
배고픈 자녀를 둔 무능력한 아버지의 고통은
자신에 대한 증오로 괴로움이 된다.
아픔, 괴로움, 고통은 서로 구별될 수 있지만
그 감정을 겪고 있는 사람 앞에서 이를 구별하려는 행위는
무의미할 뿐 아니라 잔인하기 그지없는 짓이다.
※ 본 글의 형식은 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을 모방하였음을 밝힙니다.
아울러 본 모방에는 시인에 대한 진심어린 존경의 마음이 담겨있으며,
우리말을 깊이 알고 싶은 개인적인 열망이 담겨있으며,
우리말을 배워가는 학생으로서 선생님을 어설프게나마 모방해보려는
가상한 용기가 담겨있음을 함께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