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1년에 한 번 정해진 길을 따라 태양을 한 바퀴 돈다.
달도 하나님께서 만드신 규칙에 맞춰 정해진 길을 따라
한 달에 한 번 지구를 한 바퀴 돈다.
이들이 따라가는 이런 길들을 우리는 궤도라고 부른다.

꽃이나 나무 같은 식물들이 따라가는 궤도도 있다.
시기에 따라 꽃이 피었다 지고,
녹음이 우거지는가 하면 단풍이 들기도 하고
열매를 맺고 잎을 떨구기도 한다.
일정한 규칙을 따라 정해진 나름의 궤도가 있는 셈이다.
어떤 나무들은 자신의 궤도를 따라 평생토록 푸른 잎을 붙들고 살기도 한다.
어떤 꽃이나 열매는 자신의 궤도를 따라 모든 꽃과 열매가 져버린
추운 겨울에 하얀 눈을 뚫고 자신의 빛을 발하기도 한다.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궤도 위를 걸어가는 이 모든 것들의 아름다움이란...

소리들에게도 나름의 궤도가 있다.
참새들은 궤도를 따라 밤새 침묵을 지키고
밝아오는 아침 해를 따라 단단한 부리에 호흡을 부딪쳐 맑은 소리를 낸다.
대부분의 생애를 땅속에서 보내는 매미는 자신의 궤도를 따라
생의 마지막 시간들을 가장 더운 시기에 땅 위에서 보내며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소리를 낸다.
나뭇잎들은 바람이 불면 궤도를 따라 서로 부딪혀 '솨'하는 소리를 내고
빗줄기들은 자신의 궤도를 따라 그 길고 길었던 여정을
땅에 부딪히는 장엄한 소리들로 마무리 짓는다.
이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궤도 위에 놓인 소리들은
모든 음악이 닮고 싶어 하는 가장 아름다운 기쁨들을 만들어내곤 한다.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궤도 위를 걸어가는 이 모든 소리들의 아름다움이란.

사람에게도 맡겨진 궤도가 있다.
궤도 위를 걸어가는 자연 만물들이 그토록 아름답다면
궤도 위를 걸어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말해 뭐하겠나.
하나님께서는 그 무엇보다 정성스럽게 사람을 만드시고 그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궤도를 맡겨주시지 않았던가.
다만 요즘 세상에 이 궤도를 따라가고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뿐이다.

모든 피조물 중에 유일하게 궤도를 벗어나 걸을 수 있고
또, 벗어나 걷고 있는 것이 사람이다.
모두가 궤도를 벗어나 걸으면서 엉클어진 세상.
네가 궤도를 벗어나 걸은 길이 오늘 나와 너를 괴롭게 하고
내가 궤도를 벗어나 걸은 길이 오늘 너와 나를 괴롭게 한다.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궤도를 묵묵히 걸어갔던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해보자.
궤도를 벗어난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얼마나 괴롭게 하였나.
그 마음을 할퀴고, 그 육체를 찢고, 참 매몰차게도 그를 내던져버렸다.
이 엉클어진 세상 속에서 묵묵하게 맡겨진 궤도 위를 걸었던
그의 모습을 한 번 생각해보자.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궤도를 따라 걸었던 그의 삶과
궤도를 따라 자신을 던진 그의 죽음과
궤도를 따라 다시 살아난 그의 승리와
궤도를 따라 우리들에게 남긴 약속과 소명과 소망들.

한 사람이 올바르게 걸어간 그 길로 인해
궤도를 잃어버렸던 우리들이 비로소 가야할 길을 찾게 되었고
다시 우리 본래의 아름다움을 회복할 수 있는 힘과 생명을 얻게 되었다.
사람의 궤도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비로소 보게 된 셈이다.
죽음을 앞둔 밤에 그의 제자들에게 들려주었던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가 마음속에 내내 울린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그의 이 말 속에 그가 걸었던 사람의 궤도
그리고 우리가 걸어가야 할 사람의 궤도가 무엇인지 잘 나타나 있는 듯하다.
그가 우리에게 와야 했던 이유, 그리고 그가 그렇게 죽어야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궤도를 벗어나 엉클어진 이들이 너를 괴롭게 하여도
너는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너의 궤도를 따라 가거라.
궤도를 벗어난 이들이 너의 마음을 할퀴고,
너의 먹을 것을 빼앗고, 너의 몸을 상하게 하여도 너는 그 길을 가거라.
궤도를 따라 도는 태양이 너에게 낮과 밤을 선물하는 것처럼
궤도를 따라 피는 꽃이 너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처럼
궤도를 따라 지저귀는 참새들의 노래가 너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처럼
맡겨주신 궤도를 따라 걸어가는 너의 삶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고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기쁨이 되지 않겠는가.
맡겨주신 궤도를 따라 걸어가는 너의 삶이 너를 만드신 하나님께,
너를 사랑하시는 너의 하나님께 큰 기쁨이 되지 않겠는가.
울지 말고 그 길을 가거라."



예수님을 '예수님'이 아닌'그' 혹은 '예수 그리스도'라고 쓰고
글로써 충분한 존대를 하지 못한 표현들에 대해 양해를 구합니다.
저는 물론 예수님을 하나님과 동등한 분으로 여기고 그분을 경외하며
'님'이라는 접미어와 극존대어로 그분을 공경하는 한국 기독교의 전통을 존중합니다.
다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압적으로 예수님에 대한 경외를 강요받아온
제 몇몇 지인들의 마음속 상처와 비신앙인들이 느끼는 극존대어들에 대한 반감,
그리고 모든 사람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시며 저를 친구라고 불러주신 예수님의 뜻을
종합적으로 숙고하여 제 나름의 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교회의 전통에 익숙하셔서 제 표현이 불편하셨던 분들이 계셨다면
넓은 마음으로 양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