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체온이 얼마나 차가웠을까.
시간이 흘러 그 무엇보다 가장 따뜻한 것이 되어버린 그 체온 말이다.
사랑은 푹신한 쿠션 같은 것이거나
핑크빛을 띄는 물체 같은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모든 체온을 내어주어 식어버린 것.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키느라 거칠게 갈라져 있는 것.
부드러웠던 손엔 굳은 살이 박이고
언제나 아물지 않은 상처들을 지니고 있는 것일 것만 같다.
 


2
어머니와 이별할 때 어머니의 표정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
사람과 이별하는 순간은
'보여주려는 표정'과 '감추려는 표정'이 교차하는 시점이다.
얼굴을 마주보고는 '보여주려는 표정'을 짓다가 
이별 후에는 고개를 돌려 '감추려는 표정'을 짓는다.
어머니는 언제나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내게 당차게 이별을 고하신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실 때의 어머니의 표정을 뭐라 표현해야하나.
아, 사랑.
 


3
작년 6월에 써두었던 '사랑에 대한 뒷담화'라는 시 하나를
꺼내어 읽다가 이렇게 주절거리고 있다.



4
<사랑에 대한 뒷담화>


자네 혹시 사랑을 만져본 적이 있나?
손이 닿기 전 느껴지는 가냘픈 숨
마치 기력이 다한 사람의 호흡처럼
내 손을 스쳤다 사라졌다 스쳤다 사라졌다...

누군가를 기다리다 식어버린 등불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무의 껍질
굳은살 박인 살점에 새겨진 아물지 않은 상처
이 사그라지는 것들의 마지막 체온을 만져본 적이 있나?


자네 혹시 사랑의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나?
땀에 젖은 옷에서 나는 매캐한 냄새
평생을 혼자 살아온 사람의 체취가
코끝을 스쳤다 사라졌다 스쳤다 사라졌다...

몇 년 전 할머니께서 손에 쥐어주신 쌈짓돈 냄새
감기 걸린 내게 입 맞추시던 어머니의 손 냄새
수술을 마치고 나온 아내에게서 나던 소독약 냄새
이 외로운 것들이 맞이하는 당찬 이별의 향기를 맡아본 적이 있나?


자네 혹시 사랑의 얼굴을 본 적이 있나?
오늘밤, 사랑이 보고 싶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