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이 꺾이는 저의 아픔이 덜한 것은 아닙니다.
꽃잎을 잃는 저의 고통이 덜한 것은 아닙니다.
마른 풀들이 진 자리에 고이 묻어주셨으면 합니다.
배나무 꽃이 진 자리에 고이 묻어주셨으면 합니다.
꽃을 꺾는 당신의 손이 아무리 고와도
꽃잎이 꺾이는 저의 아픔이 덜한 것은 아닙니다.
저를 꺾는 당신의 눈에 애틋한 눈물이 고여도
꽃잎을 잃는 저의 고통이 덜한 것은 아닙니다.
저의 어린 가지에 조심스럽게 핀 꽃잎들을
홀로 간직하고 싶으신 당신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주님을 위해, 그리고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을 위해
꽃잎 하나 고스란히 간직하게 해주세요.
이번 봄에 꺾어가신 저의 꽃잎들은
이 땅의 청년들이 죽어간 땅에 아프지 않게 묻어주셨으면 합니다.
비록 이번 가을에는 작은 열매 하나 안겨드리지 못하겠지만
겨울 지나 다시 맞는 봄에는
새로운 꽃잎들을 성숙한 가지 위에 당차게 피우렵니다.
아프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당신께서 저를 심으셨다고 제가 당신의 것은 아닙니다.
제 곁을 지나는 굶주린 이들이
제게서 작은 열매 하나 따먹을 수 있게 해주세요.
저를 지으시고 길러주신 주님께
작은 기쁨 하나 선물해드릴 수 있게 해주세요.
내년의 가을이 당신 곁에 닿을 때면
하얀 열매들이 푸른 생명의 약속을 머금고
사랑하는 당신의 가슴속에 가득히 여울질 것입니다.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