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나를 쳐다보길래 다가가 봤더니
땅에 채 박히지 못한 뿌리가
힘없이 앙상하게 드러나 있다.

아파서 나를 쳐다봤던 게냐?

힘차게 뻗은 줄만 알았던 몸통은
거칠게 갈라져 새싹일 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데
매일 이곳을 지나면서 난 이 녀석이
그저 힘찬 줄만 알았다.

푸르기만 한 줄 알았던 잎들은
성한 잎이라고는 하나 없이 갉아 먹혀
상처투성인데
매일 이곳을 지나면서 난 이 녀석이
그저 푸른 줄만 알았다.

이토록 아파서 나를 부르고 불렀던 게냐?

나중에 나 죽고 또 너 죽어 하늘에 같이 가면
그때는 튼튼한 네 가지 위에 걸터앉을 테니
함께 했던 추억들을 웃으며 얘기하자꾸나.

하지만 오늘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여기 앉아 너랑 같이
눈물이나 흘리련다.

미안한 마음에
네 곁에 이렇게 앉아
눈물이나 흘리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