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열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어느 때보다 건강이 중요한 시기인데...
아내와 뱃속 아이에게 미안한 감정이 몰려온다.
아픈 것도 죄가 되는 아버지라는 자리.


2
삶을 잠시 한적한 곳에 멈춰 세웠다.
보이는 길을 따라 달리면 되는 줄 알았던 삶을 잠시 세우고
다시 지도를 펼치고 주변을 살핀다.

"이 길이 맞습니까?
길을 잘못 든 것 같기도 하고...  저는 합리화의 귀재거든요.
제가 저를 속였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마음과 생각을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봐야겠어요.
이제야 다른 길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난 15년 동안의 공적 즈음이야 사라져도 허무하지 않아요.
보이는 것만이 공적은 아니니까요."


3
장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박사과정에 이르기까지 그저 삶이 흐르는 대로 따라 가는 것이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길을 가는 것이려니 했지만
꼭 그런 것이 아니라는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몇 년 전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괴로움들이 마음에 몰려왔다.
괴로움들의 원인들을 신중하게 살펴보고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면 그래야겠다는 다짐으로
삶을 잠시 멈춰 세웠다.
오랜 기간 공부해온 것들은 생각보다 그리 아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